혁신 후보물질 개발로 백혈병 치료의 새 길을 열다
KIST 화학키노믹스연구센터 심태보 센터장
"급성 골수성 백혈병 표적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이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 암 극복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한 심태보 KIST 화학키노믹스 연구센터 센터장은 30여 년간 신약 탐색/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조혈기관인 골수에서 생성되는 백혈구가 악성세포로 변해서 전신으로 퍼지고 림프선, 비장, 간 등을 침범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이내로 환자의 9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기존에 환자들은 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과 같은 치료를 받으며 수명을 연장해 왔다.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과 같은 치료를 받으면 5년 평균 생존율이 약 40% 수준이다. 현재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전체 백혈병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백혈병 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위험한 질병으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FLT3 돌연변이 저해제 후보물질 도출
수용체 티로신 키나아제의 일종인 FLT3 돌연변이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 원인의 약 35%를 차지하며, FLT3 돌연변이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FLT3-ITD (internal tandem duplication) 돌연변이이고, 다른 하나는 FLT3 키나아제 부위 점돌연변이이다. 심 센터장의 KIST 연구팀이 도출한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은 FLT3-ITD 돌연변이 종 뿐 아니라 FLT3 키나아제 부위 점돌연변이종 (D835와 F691 돌연변이종)도 동시에 강력하게 저해하므로, FLT3 돌연변이 저해 기전의 차세대 표적치료제가 될 수 있다. 이 후보물질은 기존에 해외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후보물질의 한계로 지적된 FLT3 키나제 부위 점돌연변이종의 약물내성 결함을 원천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동물시험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 센터장이 도출한 후보물질과 같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은 암 환자들에게는 생명연장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하다. 심 센터장 역시 이러한 환자들의 절실함에 공감하고, 암 극복을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본 후보물질의 가치는 FLT3-ITD 돌연변이 종 뿐 아니라 FLT3 키나아제 부위 점돌연변이종 (D835와 F691 돌연변이종)들도 동시에 강력하게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도출한 후보물질은 기존 해외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후보물질의 한계인 FLT3 키나아제 도메인 점돌연변이종의 약물내성 결함을 원천적으로 극복해 제품으로 출시된다면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백혈병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경제적, 산업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약 효능과 독성을 평가하는 전 임상시험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성공한다면, 약 5~6년 후에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개의 전임상 후보물질이 바로 출시로 이어지는 확률은 낮기 때문에 후속 보완물질의 준비가 항상 필요합니다.”
심 센터장은 FLT3-ITD 돌연변이종 뿐 아니라 FLT3 키나아제 도메인 점돌연변이종도 동시에 저해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후보물질과 후속 보완물질을 현재 국내 제약사에 기술 이전한 상태다.
암 극복 위한 끊임없는 연구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해 KIST 화학키노믹스연구센터 연구팀과 암을 유발하는 키나아제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을 갖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후보물질 도출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종을 죽이는 후보물질을 도출해 환자들에게 투입하면 또 다른 신규 돌연변이종이 출연할 수 있기 때문으로, 사망률이 높은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종을 죽일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계속해서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심 센터장은 연구팀과 함께 돌연변이에 의해서 과다하게 활성되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키나아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 신규 저분자 유기화합물을 이용한 암화학생물학 기초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끊임없이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해오고 있는 심 센터장은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려면 혁신신약의 신규 분자 표적이 필요합니다. 더욱 효과적인 신규 작용기전의 표적항암제 개발을 위해서는 암 유발, 전이에 관여하는 신규 분자표적을 발굴하고 검증하는 것이 선결요건입니다. 또 표적치료제 투약에 기인한 획득 약물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약물내성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연구와 함께 약물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탐색, 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뿐 만 아니라 표적치료제는 암 생성, 전이에 관여하는 특정한 분자표적을 공략하기 때문에 표적치료제의 효능을 정확하게 예측/평가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필요합니다.”
심 센터장이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계속해서 암 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은 과거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 샌디에고 연구소에서, 표적항암제 개발을 위한 키나아제 신약탐색 과제책임자를 역임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후보물질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심 센터장은 노바티스 연구소로 넘어가 만성골수성 백혈병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T315I-Bcr-Ab1 돌연변이종 저해게를 개발해 글리벡 내성을 극복하는 연구를 맡았다. 당시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전략들을 이용했으나 실패했고, 의외로 단순한 아이디어가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 내성극복 연구 과제를 완수할 수 있게 되었다. 심 센터장은 글리벡 내성극복 연구 과제를 완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노바티스 샌디에고 연구소에서 과제책임자를 역임할 수 있었고, 이 같은 연구를 귀국해 KIST에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심 센터장은 KIST에서 연구를 계속하게 된 배경에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연구원에서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연구의 혁신성을 계속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단한 정진’이 저의 연구 좌우명입니다. 과학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자연·생명현상에 대한 지적호기심·흥미와 더불어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 여건을 제공받은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약강국과 후학양성이 꿈이자 계획”
30여 년간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은 심 센터장은 앞으로도 의약분야의 과학기술인으로서 건강한 삶과 신약강국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의약분야 연구는 건강한 삶을 오래 영위 하고 싶은 사람의 기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거창하게 생명존중이라고 말하기보다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보람이 클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계속해 나가고 있으며, 실패의 연속인 연구 과정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재미있다.”
심 센터장은 앞으로 국내 제약회사가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후학 양성에 힘 쓸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26개의 신약이 출시되어 있으나 연 생산액이 100억 이상을 넘는 신약은 5개에 불과해 글로벌 신약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약탐색과 개발을 포함한 의약분야 연구의 가장 큰 가치는 질환 극복과 건강한 삶 영위를 통한 생명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약탐색과 개발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들은 과거에 비해서는 수준이 많이 올라갔지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신약을 혼자서 만들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신약을 국내 제약회사가 만들 수 있도록 일조하는 역할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글로벌 신약 개발로 신약 강국이 되면 국가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작고하신 대학원 은사 윤능민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과학자의 기본 소양과 연구열정, 책임감은 연구자세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윤능민 선생님의 가르침을 함께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에서 연구를 하면서 후보물질 도출 뿐 아니라 후학양성도 큰 보람입니다. 신약탐색 연구의 우수한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과 신약강국이 되는데 일조하는 것이 저의 꿈이자 계획입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7년 9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