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물질에 대응하는 미생물 생존 메커니즘을 규명하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제약학과 이봉진 교수
최근 국내 연구팀이 스트레스 물질이 들어와도 미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끈 서울대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미생물이 외부의 산화스트레스 물질에 대응해 단백질을 변화시키는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관찰이 어려웠던 다양한 산화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르게 인지하고 반응하는지 규명한 것으로써 향후 면역질환 치료나 항암제, 신약 개발 및 환경오염물 제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화스트레스 물질과 단백질의 상호관계를 밝히다
산화스트레스 조절은 미생물에서 고등 생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의 경우 산화스트레스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암과 같은 큰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산업화 사회 이후 산화스트레스 물질의 종류와 양은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주요 질병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화스트레스는 생명체 안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대처하고 반응하는 등의 일을 하는데 이러한 조절 작용은 단백질의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명체는 다양한 조절 장치로 산화스트레스 물질에 대처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절의 중심에서 다양한 단백질들이 매우 정교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한 종류의 조절 단백질이 두 종류 이상의 산화스트레스를 정교하게 인식하여 독성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는 등의 원자 수준의 연구는 보고된 적이 없었다. 서울대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기존 연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드비 단백질의 구조 변화 및 기능 변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요드비 단백질은 이미 독일 등 선진국 연구팀들이 유사 단백질 등을 이용하여 많은 연구 결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산화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아미노산 서열 분석을 통해 새로운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죠.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독성의 강도가 다른 두 종류의 산화스트레스 물질을 실험했다. 그 결과 독성이 강한 메틸벤조퀴논 화합물은 요드비 단백질에 직접 결합하여 요드비 단백질 구조의 일부에 대해 그 구조 변화를 적게 일으키는 반면, 독성이 약한 다이아마이드는 요드비 단백질의 전체 형태를 크게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화스트레스 물질 유입량을 비교할 때 독성이 약한 다이아마이드는 많은 양이 미생물 안으로 들어와야 요드비 단백질의 큰 구조 변화를 일으키며, 독성이 매우 강한 메틸벤조퀴논 화합물은 유입되는 양이 매우 적어도 요드비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적게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밖에도 독성이 강한 소량의 메틸벤조퀴논 화합물이 미생물에 들어왔을 때 요드비 단백질이 쉽게 유전정보물질에서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일을 하는 효소들이 많이 생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독성이 약한 다이아마이드의 경우 1,000배 이상의 많은 양이 미생물에 유입되었을 때 메틸벤조퀴논 화합물이 일으킨 결과와 같은 양의 방어효소가 만들어 졌다.
이번 연구는 포항방사광가속기의 5C, 7A 빔라인 시설을 이용하여 성공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였으며, 세 종류의 요드비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해 산화 스트레스 물질과 단백질과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집중력과 추진력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는 원동력
단백질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서는 안정된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과 결정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연구 초기 단계에서 요드비 단백질이 매우 불안정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단백질 생산 과정을 최적화했다.
“연구 과정 중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난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얻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안정화를 방해하는 단백질 서열을 일부 제거하는 등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어려운 과정을 해결하였습니다. 연구 도중 외국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먼저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한국인이 가진 특유의 집중력과 추진력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유의미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안정한 형태의 요드비 단백질을 만들어 대량 정제하고 결정화했다. 이를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엑스선 빔라인 장치를 이용해 요드비 단백질의 다양한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관찰했다. 세 종류의 요드비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결과 다이아마이드에 의해 이황화결합이 이루어진 요드비 단백질은 커다란 구조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틸벤조퀴논의 경우 요드비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과 결합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미세한 구조 변화가 관찰되었다.
“요드비 단백질과 메틸벤조퀴논의 직접적인 결합은 요드비 단백질 내의 DNA 결합 부위의 미세 구조변화를 일으켜 쉽게 요드비 단백질이 쉽게 DNA로부터 떨어지게 만듭니다. 매우 소량의 유독 메틸벤조퀴논 물질을 바실러스균에 처리한 경우에 산화스트레스 방어 유전자가 더 크게 활성화됨을 확인하였죠. 또, 이러한 방어 유전자의 발현으로 바실러스의 생존이 가능함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산화스트레스 조절 과정을 명확하게 규명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인체 감염균 등의 체내 생존 메커니즘 중 산화스트레스를 회피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큰 단서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단백질 구조 연구와 펩타이드 약물 연구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은 이봉진 교수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와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번 연구 또한 연구팀이 혼신을 다해 우수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고, 그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학술지<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8월 16일자에 게재되었다.
신약 개발과 공업 분야에 기여하다
이봉진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두 종류 이상의 산화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조절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또한 두 종류의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요드비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산화스트레스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적 측면으로는 단백질의 구조 변화와 기능 전환과의 새로운 상관관계를 제시하였고, 미생물의 효율적인 생존 전략을 새롭게 제시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올렸다. 이 연구 결과는 인체 감염균의 면역회피전략과 매우 유사하며 신약개발 분야에 널리 이용할 수 있다. 요드비 단백질이 제어하는 효소들은 환경오염물질을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아조리덕테이즈 등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세포 자체를 제독 물질로 이용하는 산업적인 활용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그 동안 관찰이 어려웠던 다양한 산화스트레스를 미생물이 어떻게 다르게 인지하고 반응하는지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앞으로 신약 개발이나 환경오염물 제거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더불어 폐혈증과 폐렴 등을 일으키는 인체병원균인 포도상구균은 최근 인체 감염 후 활성화된 대식세포 내에서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여 차아염소산염(hypochlorite; 소독에 사용되는 물질) 등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연구결과의 조절 메커니즘은 이와 유사한 방어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요드비 단백질이 조절하는 효소들은 유독성 퀴논 화합물 또는 아조화합물(azocompounds) 등의 환경오염물을 제거하는데 활용될 수 있어 향후 공업적인 분야에서의 적용도 기대된다.
인류의 건강하고 깨끗한 삶의 토대
독성 물질에 대응하는 미생물의 생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이번 연구를 비롯해 이봉진 교수가 단백질 구조 연구와 펩타이드 약물 연구 분야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20여 년 동안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선구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로서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오면서 연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제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이봉진 교수는 단백질 구조 연구와 펩타이드 약물 연구를 꾸준히 하며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에 활발하게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밖에도 그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 및 과학기술국제화사업, 교육부 BK21플러스사업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국내 연구 경쟁력과 명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성과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초심을 먼저 생각하고, 명성을 드높이기보다 연구 자체를 즐겁게 해왔기에 유익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이봉진 교수는 제자들에게도 연구자로서의 자부심과 열정,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처음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우직하게 한 길로 가라는 조언을 해주곤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 열정이 앞으로 걸어갈 길이 될 테니까요.”
제자들이 패기 넘치는 추진력과 열정, 도전의식을 가진 연구자가 되길 바란다는 이봉진 교수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대학교 단백질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부단장과 한국펩타이드단백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장과 종합약학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BBA(Proteins and Proteomics) 편집위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이번 연구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여 신약개발 및 환경, 공업 분야에 기여할 계획이다.
“신규 항생제와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및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단백질 구조 기반의 효율적인 약물 개발을 계속 수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팀은 다양한 타겟 단백질의 구조를 확보하였으며 후속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 니다.”
앞으로도 관련 분야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이봉진 교수. 앞으로도 그의 연구가 인류의 건강한 삶과 깨끗한 환경을 가꾸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7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