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노입자를 이용한 태양전지의
최적 작동조건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다
한양대학교 응용화학과 방진호 교수
무독성 친환경 소재인 ‘금(gold)’을 활용해 기존 광전환 효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린 신개념 3세대 태양전지 원천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응용화학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며 이번 연구를 이끌어온 방진호 교수는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 연구에 있어 전극계면에서의 전하 이동과 재결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전환 효율을 더 증가시키기 어려운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또한 최적의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제와 전해질 발견을 통해 3.8%의 광전환 효율을 나타내는 성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차세대 태양광 전환 기술로 주목을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광전환 효율을 증대하는 혁신적인 기술
최근 국내연구진이 금 나노클러스터를 가시광선 감응 흡광제로 사용한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의 작동 원리를 규명해 화제를 모았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한양대학교 응용화학과 방진호 교수. 그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 2%대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3.8%의 광전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 처음으로 개발된 것이다. 금 나노클러스터를 이용한 태양광 전환 시스템은 그 동안 친환경적인 특성과 화학적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광전환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태양전지의 근본적인 전극계면 현상에 대한 이해가 전무해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프라샨트 카마트(Prashant Kamat) 교수가 2013년 발표한 광전환 효율 2.3%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대해 방진호 교수 연구팀은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 연구에 있어 전극계면에서의 전하 이동과 재결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광전환 효율이 더 증가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후 그는 태양전지의 핵심 구성 요소인 금 나노클러스터의 입자 크기와 전해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광흡수율과 전극계면에서의 전하 재결합, 전하 이동 등의 핵심적인 현상에 있어 최적의 입자 크기가 존재함을 발견하고,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의 광전환 효율 증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금 나노클러스터가 금 원자수가 18개로 구성된 Au18(SR)14이라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했다. 또한 기존 학계의 예측과 달리 아이오딘계 전해질이 금 나노클러스터의 화학적 안전성을 크게 저해시키지 않으면서 광전환 효율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결과 최적의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제와 전해질 발견을 통해 기존 광전환 효율을 크게 상회하는 3.8%의 광전환 효율을 나타냈다.
“처음엔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했던 연구였고, 관심도도 높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흥미가 많았기 때문에 꾸준히 연구를 해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입자 크기가 2나노미터 이하인 금 나노클러스터는 보통의 금 나노입자가 보여주는 표면 폴라즈만 공명(surface plasmon resonance) 현상을 보이지 않고, 마치 분자와 같은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태양광이 조사되었을 때, 금 나노클러스터는 태양광을 흡수하여 전자가 들뜬 상태로 여기게 되며, 이산화티탄(TiO2)과 같은 반도체 산화물과 이종접합 되었을 경우 이산화티탄의 전도띠로 전자 이동 (electron transfer)이 일어나 전하 분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를 통해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신개념의 태양전지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의 연구는 무기 반도체 입자 감응형 태양전지 연구의 세계적인 선도 연구자인 미국 노틀담 대학의 Prashant Kamat 교수가 2013년 미국화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2.3%의 광전환 효율을 발표한 이래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왔다. 하지만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나 양자점 감응형 태양전지와는 달리 근본적인 전자 이동과 전하 이동, 계면에서의 재결합 (recombination)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광전환 효율을 더 증가시키는데 근본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방진호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광전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 작동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물리적 현상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러한 기초 연구를 통해 무려 3.8%의 세계 최고 광전환 효율을 달성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4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기존 연구의 한계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기술
방진호 교수는 연구에서는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에서 형성되는 여러 가지 전기화학적 계면에서의 물리적 현상이 기존 양자점 감응형 태양전지와 매우 유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의 광전환 효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금 나노클러스터의 입자 크기와 전해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금 원자의 개수가 10, 15, 18, 25개인 네 가지 서로 다른 크기의 금 나노클러스터 (Au10, Au15, Au18, Au25)를 합성한 후 이를 가시광선 감응제로 활용하여 태양전지 성능 평가와 전기화학적 임피던스 분석을 했다. 아울러 형광 수명 측정과 DFT (density functional calculation) 이론 계산을 통한 금 나노클러스터 입자의 광학적 특성 분석과 에너지 준위 분석이 함께 이루어졌다.
“이 분야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근본적인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 연구팀이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감응제를 나노입자를 붙일 때 나노 입자의 크기에 따른 전환효율의 변화였어요. 두 번째로는 연구 때 사용되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어떤 특성들이 달라지는가 하는 것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죠. 이 두 가지 요인들은 특성들을 바꿀 수 있는 요인들이거든요. 계면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통해 크기와 전해질을 변화를 주었을 때 계면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분석하는 것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계면 현상을 알 수 있었고,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물리화학적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고찰한 결과 방진호 교수 연구팀은 금 나노클러스터의 입자크기가 가시광선 흡수뿐만 아니라, 전자전이 및 전하 재결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또한, 기존에 사용되었던 코발트계 전해질과 아이오딘계 전해질을 비교 분석한 결과, 아이오딘계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기존 광전환 효율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규명했다. 방진호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신개념 태양전지 시스템인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를 규명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3.8%의 세계 최고 광전환 효율을 달성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이 태양전지 시스템이 3세대 태양전지의 새로운 주자로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매우 중요한 연구 결과가 되었다.
인류의 미래 에너지난 해결에 공헌하고, 금 나노클러스터를 통한 다양한 연구분야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 연구 성과는 화학분야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1월 13일 발표되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너지를 이루는 공동연구
금 나노클러스터는 물리와 화학을 비롯해 재료, 전자, 광학, 바이오, 에너지 등의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많은 잠재적인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새로운 금 나노클러스터 시스템의 합성과 이것의 물리적 특성 규명, 생체친화적 물성으로 인한 바이오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금 나노클러스터가 에너지 전환 시스템에서도 중요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게 되었다.
금 나노클러스터의 친환경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금 나노클러스터 감응형 태양전지는 신개념의 3세대 태양전지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본 연구 결과를 통해 금 나노클러스터가 광전기화학적 물분해 시스템과 이산화탄소 전환 시스템 등에서의 적용될 수 있음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론 계산을 통해 제시된 에너지 준위 결과는 금 나노클러스터의 가장 중요한 물리적 특성 중 하나인데, 그 동안 많은 결과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에너지 준위 결과는 금 나노클러스터의 새로운 물성을 규명하는데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금 나노클러스터 응용이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논문으로 나오기까지 2년여의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기본적인 장비 셋업만 해놓고 태양전지 연구를 하다 보니 분석 툴이 많지 않았어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선 공동연구가 필요했죠. 최종적으로 실력 있는 두 분과 공동연구를 하게 되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춰줄 연구자들을 만나기까지 시행착오도 겪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어요.”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되는 학계의 문화나 연구과정 속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과 선의의 경쟁은 때론 정상이 보이지 않는 산행을 하는 것처럼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지만 방진호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여러 연구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를 이뤄갔다.
열정과 도전, 겸손과 득위론으로 삶의 균형을 이루다
연구를 할 때 방진호 교수는 스스로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도전을,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는 자신의 능력의 70%만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서는 겸손을, 그리고 삶의 만족과 감사함 느낄 수 있는 득위론을 추구한다. 그러면 삶이 정체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되, 여유와 행복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가 지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또 하나 그에게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은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다. 앞으로 신진연구자로 발전해나갈 학생들에게 그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제 간의 예의보단 장벽 없이 서로 연구에 대한 이야기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나누는 열린 관계를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또한 순수한 학문에 대한 열의 보단 취업에 대한 갈망과 고민이 큰 학생들에게 지난날의 경험들도 들려주며 학생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평소 학생들과 함께 격의 없이 토론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박사(화학) 과정을, 미국 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응용화학과와 바이오나노학과를 비롯해 첨단소재공학과 조교수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한국전기화학회 학술연구위원회 실무위원 (태양전지분과)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현재 이번 연구의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방진호 교수는 앞으로 태양전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레벨 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전극소재에 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미래 에너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6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