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이 유발 단백질의 암전이 능력 제어 기술 개발
서울대학교 약학과 이정원 교수
국내 연구진이 간암세포에 많이 존재하고 간암세포로 하여금 암줄기세포의 성향을 갖게 해 다른 장기로 전이되도록 촉진하는 막단백질(TM4SF5)이 혈액 속에서 생존하고 순환하도록 하는 세포신호전달 체계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암전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M4SF5가 다른 막단백질과 결합, 상호작용하는 신호체계를 제어하면 암전이를 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해 향후 간섬유화 및 간암 치료제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끊임없는 연구로 TM4SF5 관련 간질환 제어 원천 기술 개발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정원 교수를 만나보았다.
국내기술 향상과 해외시장 확보를 위한 연구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중의 하나인 암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이나 항암제 치료를 통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하지만 항암제 내성과 암 전이는 치료율을 떨어뜨린다. 서울대 이정원 교수는 암전이 유발 단백질의 암전이 능력 제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암 전이 과정에 주목했다.
암덩어리를 구성하는 암세포들이 서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 암세포가 상피-중배엽세포 전이의 과정을 거쳐 암덩어리로부터 이탈하여 종양 미세환경과 소통하며 이동하거나, 침윤 과정을 통해 혈관이나 림프절을 만나 그 흐름을 타고서 제2의 장소로 이동하여 다시 적당한 세포 외부의 미세환경을 찾아 정착함으로써 전이암이 생긴다. 이러한 복잡한 암전이 과정에서 암세포 외부의 미세환경과 세포 내부 사이에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또한 암세포는 외부 미세환경 속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들을 이용하여 생존, 이동, 침윤의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암세포와 미세환경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막단백질의 기능과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막단백질의 기능 억제와 조절이 암세포의 이동과 침윤, 암전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죠.”
이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세포막단백질과 수용체들의 세포기능 역할과 세포신호전달 체계를 규명하고, TM4SF5가 세포 이동 및 침윤과 관련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기 위해 다각적으로 연구해왔다.
“1998년에 독일 그룹에 의해 최초로 TM4SF5의 유전자가 전립선암에서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2004년엔 TM4SF5가 우리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단백질전기영동이 수행되는 등 세포부착 신호전달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죠.”
다양한 기능 분석 연구를 통해 간질환과 관련해 많은 연구결과를 확보해온 이 교수가 이번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암전이 과정과 관련하여 자가복제능력 및 혈액 내 생존?순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로 암전이를 억제하는 국내 기술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또한 새로운 타깃 제어를 통한 항암전이와 간질환 제어 해외시장 확보에 기여하고자 결심했기 때문이다.
TM4SF5와 CD44의 결합에 따른 신호전달체계 규명
암전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M4SF5는 세포막을 네 번 통과하는 막단백질이다. 정상적인 간 상피세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섬유화되거나 암화된 간 상피세포에서 많이 존재한다. 또한 TM4SF5 단백질은 간암, 대장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암에서 높게 발현되며 상피-중배엽세포 전이를 유도한다. 이번 연구에서 이 교수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TM4SF5 단백질에 의한 종양 세포의 자가복제능력(암줄기세포 성향) 및 혈액 내 생존 및 순환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TM4SF5에 의한 자가복제능력 유도 기작이 가능한지를 TM4SF5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한 간암세포주를 통해 알아보았어요. 그 결과 TM4SF5 단백질을 발현하는 세포는 혈청 성분과 부착 환경이 없는 상황에서 소수의 세포로도 원형구를 이루며 잘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러한 자기재생능력 혹은 암줄기세포 성향은 CD44의 동시 발현과 결합에 의존적인 신호전달 체계 활성화에 의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이 교수 연구팀이 TM4SF5 저해제로 개발하고 있는 TSAHC를 처리하였을 때, CD44 단백질이 TM4SF5 단백질로부터 유리되고 원형구(spheroid)가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TM4SF5 단백질과 CD44 단백질의 결합이 원형구 형성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이 교수 연구팀은 TM4SF5와 CD44의 결합에 따른 신호전달체계를 암줄기세포성향(자가복제능력) 및 암전이 능력과 관련하여 확인 규명하였으며, 이 신호전달체계가 TSAHC에 의해 조절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TM4SF5가 다른 막단백질(CD44)과 결합이 가능한 세포(TM4SF5와 CD44를 발현하는 세포)를 간에 직접 찔러 암이 형성되도록 하면, 그 암덩어리로부터 이탈한 전이능력을 가진 암세포들이 6주가 경과되어도 혈액 속에 살아남아 다른 장기로 전이되고 소수의 세포라도 자가 재생을 통해 전이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TM4SF5나 CD44가 서로 결합하지 못하거나 각각 생합성되면, 암줄기세포로서의 성향이 나타나지 않아 혈액 속에서 살 수 없고, 자가복제능력이 떨어지게 되어 다른 장기에서 전이암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규명했어요. 이와 함께 TM4SF5의 억제제로 자체 개발한 약물(TSAHC)이 TM4SF5와 CD44의 결합을 저하시켜 암줄기세포 성향과 암전이 능력 억제를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 앞서 이 교수 연구팀은 간세포가 장기적인 손상이나 염증 등으로 섬유화되거나 암화되면, TM4SF5가 과다하게 발현되어 간질환 심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지난 2008년과 2012년에 밝혀낸 바 있다. TM4SF5의 섬유화, 암화, 암전이 과정에서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단서를 확보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온 시간들이 이번 성과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암세포 혈액 내 생존·순환 제어로 암전이 억제 가능성 열어
암전이 유발 단백질의 암전이 능력 제어 기술이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 점은 TM4SF5와 CD44의 공조관계, 상호작용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남들이 보지 않는 사소한 것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마음가짐이 이러한 성과를 얻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간상피세포의 막단백질인 TM4SF5와 CD44의 발현과 결합, 그들의 상호작용에 따른 신호전달 체계 활성화가 자가복제능력이나 암줄기세포 성향을 갖도록 한다는 것. 또 이로 인해 간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전에 혈액이나 림프절을 통과하며 생존하는 능력을 가지는 순환암세포로 기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의미라고 할 수 있죠.”
기술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연구는 단순히 암전이 억제를 위해 단일 단백질에 의한 세포기능을 제어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백질과의 결합 및 상호작용을 통한 신호체계를 제어하는 기술 개발이 암전이 억제를 위한 기반이 된다는 점. 추후 복합적인 단백질 네트워크 제어 연구의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연구에서 밝힌 기전의 제어 기술을 활용할 경우, 암전이 억제를 위한 신약후보물질의 새로운 타깃으로서 TM4SF5가 간섬유화, 간암, 간암전이의 과정에 중요함을 추가적으로 확인함으로써 TM4SF5를 표적하는 것이 전주기적 간질환 억제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연구한 결과 좋은 성과를 얻게 되어서 기쁩니다. 암전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M4SF5가 다른 막단백질과 결합, 상호작용하는 신호체계를 제어하면 암전이를 억제할 수 있음을 증명되었으니, 향후 간섬유화와 간암 치료제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TM4SF5 제어 가능 약물인 TSAHC는 간섬유화, 간암, 간암전이 억제 등 전주기적 간질환 억제제로 개발 및 사용이 가능하다. 제약회사의 적극적인 투자에 따른 임상연구가 이루어진다면 4~7년 이내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 연구팀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 선도연구센터) 등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간과 관련된 의약학 분야 권위지인 『Hepatology』 온라인판(1월 27일자)에 게재되었다.
국제적으로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자로 성장할 것
이정원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농화학으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University of Tennessee at Knoxville, USA에서 생화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그 후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USA에서 약리학 박사를, 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NY, USA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친 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거쳐 현재는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TM4SF5 관련 연구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막단백질 중 세포의 부착, 세포형태, 이동과 침윤 조절에 관련된 세포막단백질의 역할 및 작용기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5년 동안 3가지 방향에서 연구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TM4SF5가 간질환을 비롯해 암화, 섬유화와 관련하여 큰 흐름을 그리는 차원에서 기전을 섬세하게 연구해나갈 것이며 항체, 소분자화합물 단서도 확보해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여 임상적인 성과도 이루고 실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향후 이 교수 연구의 첫 번째 방향은 TM4SF5가 세포이동을 향상시키는데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는지 기초적인 측면을 밝히고, TM4SF5가 다른 단백질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서 세포이동을 향상시키는지를 현미경 등 영상 장비를 동원해 밝히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동물실험을 통해 TM4SF5가 간질환 전주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세 번째 방향은 TM4SF5가 임상적으로 암환자들에게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연구 자료들이 있는데,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다각적으로 연구해 TM4SF5가 전 세계 암환자들에게서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TM4SF5 간질환 제어 원천 기술을 개발하여 기술이전에 성공하고, 항암 및 항간질환 신약개발 분야의 국내 기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또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연구자이자 교수로서 학생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이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밤낮없이 주말에도 연구를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연구의 즐거움에서 나온다. 때문에 그는 시간을 따로 내어 건강관리는 하지 못해도 삶의 중심에 연구 목표를 탄탄하게 세우고 플래닝해 끈기있게 추진해가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를 알아가듯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반복하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지 않다면 연구자의 길을 갈 수 없을 거예요. 연구를 통해 알아가는 재미가 열정을 부여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에 평소 학생들에게도 성실함과 열정을 강조합니다.”
덧붙여 그는 학생들에게 연구비를 위한 연구보다는 본인이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연구에 집요하게 매진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고, 산업계에서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변함없이 한 길을 걸어가는 이 교수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5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