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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이관우 교수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서다, 당뇨병성 근감소증 억제 후보물질 확보

근감소증은 근육량과 근력이 정상보다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에는 노화 현상으로 여겨졌지만, 근감소증이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해 신체 전반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근감소증의 정식 질병 코드를 등재했고, 우리나라도 2021년 1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을 통해 질병 코드를 부여했다.

치료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며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근감소증 환자 증가로 치료제 개발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주대학교 이관우 교수가 ‘철 대사 조절 약물을 함유한 당뇨병성 근감소증 예방, 개선 또는 치료용 조성물’ 특허 출원을 마치며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근감소증을 회복시키는 유효물질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하고 후보 약물을 확보해 근감소증 치료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망위험 높이는 근감소증, 현재까지 치료제 없어
노화, 만성질병들(암 악액질, 만성심부전증, 만성폐쇄성폐질환, 패혈증, 만성대사질환)에 의해 몸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줄거나 약해져 신체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증상을 근감소증(Sarcopenia, 사코페니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육이 줄어들면 나이 탓으로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근감소증은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신체활동의 감소,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근감소증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 30%가 근감소증이며, 미국에서도 60세 이상에서 근감소증 환자 비율이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뿐 아니라 청장년층에서도 신체활동 감소, 비만 및 대사질환 증가로 근감소증을 보이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감소증이 심하면 장애에 이르고, 사망위험 또한 높아진다. 국내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556명을 대상으로 골격근량과 사망률의 관련성을 6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 노인은 없는 남성 노인에 비해 사망률이 3배, 하지근력이 약화된 경우에는 사망률이 5.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근감소증이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치료제가 현재까지 없기 때문이다. 

“Sanofi, Novatis, Merck 등의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근감소증 치료를 위해 Myostatin과 Activin receptor 등을 표적으로 하는 Biologics 개발 및 임상 2-4상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FDA에 허가받은 치료제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죠. 근감소증이 근래 들어서야 공식 질병으로 인정된 만큼 치료제 개발 연구는 초기 단계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뇨병성 근감소증 치료의 전기를 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근감소증이 과다한 칼로리 섭취로 비만이 유발된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경우가 많으며, 급격한 근감소증이 유발된 경우 대사질환 증상이 악화된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대사질환 발병을 증가시키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들을 바탕으로 대사질환과 근감소증 사이에 매우 높은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만 및 인슐린 저항성 환경에서 근육 퇴화 및 파괴를 억제해 인슐린 저항성을 회복시키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여러 가지 대사증후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타겟이 될 수 있습니다.
대사성 근감소증은 국내외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이나, 인구 고령화로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향후 근감소증 관련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및 임상 의사인 동시에 기초 및 임상연구자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근감소증 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을 예측해 온 이관우 교수는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하는 유의미한 연구성과들을 내놓으며 국내 근감소증 연구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먼저, 철대사 조절 약물이 근육의 기능 및 인슐린 저항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FASEB 저널에 게재된 바 있으며, 최근 특허 출원(‘철 대사 조절 약물을 함유한 당뇨병성 근감소증 예방, 개선 또는 치료용 조성물’)을 마쳤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연구재단 중견 연구자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근감소증을 회복시키는 유효물질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후보 약물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최근 2~3년간 HDAC 활성이 근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논문이 보고되고, HDAC KO mice에서 근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억제제를 통한 근감소 치료 효과에서 착안한 새로운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근감소증 환자, 동물모델 또는 당뇨병성 근감소증에서 HDAC의 역할이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아이디어를 확인,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논문(Histone Deacetylase Inhibitor Attenuates Insulin Resistance and Inflammation in Palmitate-Treated C2C12 Myotubes and Muscle of HF/HFr Diet Mice.)을 투고한 후 약물의 유도체 합성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단국대학 약학대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져 약물을 잘 제공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효물질의 기전 및 근감소 억제효과 확인은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출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추가로 근감소증 치료 효과를 보이는 유효물질의 유도체를 합성해 조금 더 효능이 있는 물질을 도출하고, 기술이전까지 이어갈 계획입니다.”
기초와 임상을 아우르는 독보적 연구자로 자리매김
이 교수는 내분비대사내과 의사이자 생명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진료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 왔다. 지난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질환 극복을 위해 기초 및 임상 연구에 매진해 왔고, 특히 비만, 인슐린 저항성, 2형 당뇨병 및 당뇨합병증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기초, 임상 관련 SCI 논문을 70여 편 발표하고, 교신저자로서 25편의 SCI 논문을 발표하는 등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쏟아 내며 연구자로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2-아미노-2-노보네인카르복실산을 함유하는 비만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1, 2, 3-Benzentricarboxylix acid를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당뇨병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2-아미노-2-노보네인카르복실산을 함유하는 당뇨병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2-아미노-2-노보네인카복실산을 함유하는 지방간염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등 등록된 특허도 다수 보유 중이다.   

주력하고 있는 연구는 지방독성 관련 분자세포생리학적 연구, 비만 관련 대사질환 동물모델 연구, 기초연구 기반 대사질환 임상 연구 등이다. 
“기초 분야에서는 근육세포, 간세포 및 혈관세포에서 포화지방산에 의한 지방독성 기작을 분자세포생물학적으로 밝히고 병증을 억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in Vitro 세포모델을 기반으로 인슐린 저항성, 2형 당뇨병 및 당뇨합병증을 억제하는 약물 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개발한 약물을 in Vivo 동물모델에 적용해 실제로 성공적인 인슐린 저항성 억제, 항당뇨병, 항지방간염, 항동맥경화증 연구 결과를 얻어 25편에 달하는 논문(SCI) 발표와 특허 등록(5건)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또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대사증후군 및 비만 환자 치료 등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처럼 이 교수는 1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간근육세포, 간세포, 내피세포 및 근육생체조직을 이용한 인슐린 저항성 관련 신호전달체계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지방/포도당/아미노산/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련된 연구 경험을 쌓아 왔다.

이 밖에도 비만 및 당뇨병(High fat model, db/db model, Zuker model, OLETF model), 지방간염(High fat/High Fructose model) 및 동맥경화증(ApoE KO moldel) 동물모델로 실험을 진행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한 경험, 비만 및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임상 환자에서 고섬유소쌀, 여주, 국균 배양 곡류 추출물, 숙성 김치의 임상적 효과 규명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경험 등 다양한 연구역량을 축적하며 기초부터 임상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 및 근감소증 연구에 주력
진료실에서는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로서, 연구실에서는 환자를 위해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자로서 이 교수는 밤낮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달려왔다. 
의사의 하얀 색 가운이 주는 무게를 잘 알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의사이자 학자, 교육자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상 의사이지만 진료 외에 연구와 교육이 필수인 대학교수로서의 길도 걷고 있는 만큼 환자 진료와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제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연구와 임상 연구가 잘 어우러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내 여건은 여러모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기초연구 아이디어가 임상 연구에까지 적용되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성공사례가 많아지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즉, 연구가 단순히 연구실 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구 성과와 축적된 노하우를 진료 현장으로 이어지도록 해 환자들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학계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온 이 교수가 지금의 성과를 얻기까지 그 과정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었다. 
성공이라는 큰 산을 오르고 끝없이 달리기 이전의 막막함, 그리고 숱한 실패와 포기의 기로에서 스스로를 다졌던 경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확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돌다리도 두들겨보며 가야 하듯이 철저히,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을 연구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연구 계획을 세우고, 수행을 하지만 여러 실험을 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를 만나고 경우에 따라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특히 목표로 설정한 연구 결과에 다다르지 못해 연구의 방향성이 흔들릴 때 어려움을 느끼고는 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논문 등 참고 자료를 리뷰하고, 공동 연구자분들과의 끊임없는 회의를 통해 방향성을 재정비해 나가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교수는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격려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제가 처음 연구를 시작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현재의 환경은 연구 인프라도 커지고 여건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선진국의 연구 환경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젊은 연구자분들이 힘들어도 연구 방향성을 잘 설정해서 기초와 임상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연구를 많이 해나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인슐린 저항성 및 근감소증을 극복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향후 임상적으로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 발견 연구를 수행,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기존 치료법에 멈추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치료법은 없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땀 흘려온 이 교수, 그의 연구실은 오늘도 질병 극복에 대한 도전의 꽃이 만개하고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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