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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김현재 교수님

체내 이식형 포도당 메모리로 헬스케어혁신 일으키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김현재 교수




최근 개인의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인체에 직접 부착하는 웨어러블 제품 등 맞춤형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더 발전해 이제는 인체에 부착하는 방법이 아닌 인체에 직접 이식하는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도 발전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실시간으로 고감도의 생체 신호를 감지할 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가능해 맞춤형 헬스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는 위험 부담의 문제 등 기술의 한계점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과일 등을 통해 흔히 섭취하는 포도당 물질을 활용한 메모리 소자가 개발돼 주목된다. 포도당 물질을 활용해 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한 연세대학교 김현재 교수를 만나 연구 내용과 미래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도당 메모리 소자를 발견하다
현대인들에게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건강. 현대 문명의 발전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맞춤형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 또한 상당하다. 최근에는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체내에 이식하는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사실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는 일반인들의 거부감이나 위험부담이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가 가능한 포도당 메모리가 개발됐다. 바로 연세대학교 김현재 교수팀에서 개발한 포도당 물질 기반의 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다.

김현재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섭취하는 천연재료인 포도당을 전자소자에 접목했을 때 데이터 저장 기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기반으로 생체 친화적인 저항 스위칭 메모리를 개발했다. 과일 속에 들어있는 포도당이 메모리 소자의 한 구성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관련 연구 분야에서 한계점을 뛰어넘는 연구로 평가받는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섭취 가능한 천연재료인 포도당을 활용해 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 구현에 성공해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뿐 아니라 기존 헬스케어 기기의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포도당은 대다수 생물의 가장 좋은 에너지원으로, 알데히드기를 가지는 단당류의 일종이다. 단맛이 나는 과실속에 다량으로 존재하고 동물에서는 혈액, 뇌척수액, 림프액 속에 소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포도당을 저항 스위칭 메모리의 저항 변화층으로 활용함으로써 정보저장의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경제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포도당을 활용한 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는 초저가로 제작이 가능한 용액공정 기술을 도입해 제작됐다.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보다 제작에 드는 비용적 측면에서 포도당을 사용한 메모리 소자의 경제성이 뛰어난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인체에 유해할 수 있고, 제거하기 위한 2차 수술의 위험부담이 있는 전자기기보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정보저장 성능 또한 기존의 실리콘 기반의 메모리 소자와 유사한 성능을 낸다. 더불어, 유기물 기반 포도당 물질의 장점인 유연성을 활용해 유연기판 상에서 전자소자를 구현해 차세대 부착형 웨어러블 전자소자로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뿐 아니라, 생체 삽입형 전자소자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포도당뿐 아니라 생체 친화형 물질인 마그네슘 전극과 식용 가능한 기판을 활용해 사람의 체액 pH와 유사한 조건에서 성공적으로 메모리 소자가 분해 및 흡수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인체 내에서 분해 및 흡수되는 헬스케어 전자기기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존 헬스케어용 전자기기의 경우 무기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딱딱하고 깨지기 쉬우며 생체에 유해한 소재를 활용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포도당, 마그네슘 전극, 생체친화형 기판의 경우 유연한 특성을 가짐과 동시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기존 헬스케어용 전자기기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의 안전성을 높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 등 다양한 헬스케어 전자기기에 적용되어 관련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원천기술로 볼 수 있다. 포도당 물질은 일상에서 흔히 섭취하거나 천연재료로 추출이 용이하며, 분해성이 뛰어나 환경 파괴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아 상용화될 경우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포도당을 복잡한 화학공정도 필요 없이 체내에 이식해 메모리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에 무해하고, 폐기물로 인한 환경 파괴 걱정도 없는 메모리 소자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 친화형 저항 스위칭 메모리는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흡수가 가능해 체내 이식 후 외과시술을 통해 체내에서 제거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없고, 포도당의 경우 무해한 천연재료로 장기간 체내에 삽입되었을 경우에도 인체 유해성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 김 교수 역시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의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를 삽입했을 때의 한계점을 뛰어넘고, 위험부담이 줄어든 부분이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포도당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어 치료를 목적으로 생체로 이식된 전자기기를 제거하기 위한 2차 수술이 필요 없어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포도당 물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섭취하거나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천연재료로서 기존 합성고분자와는 달리 복잡한 화학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점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이번 연구 결과는 포도당을 활용한 전자소자 제작이라는 성과로,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다. 포도당은 단순히 바이오센서 분야에서 당뇨병 환자의 당뇨 수치를 검출하기 위한 센싱 물질로 여겨져 왔던 기존 연구의 통념을 깨고, 포도당을 전자소자 제작에 필요한 능동 재료로 적용을 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에 혁신을 가져온 것뿐 아니라, 차세대 체내 이식형 전자기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시작된 연구, 한계를 뛰어넘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김 교수와 연구팀의 창의성과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연구 자세를 통해 시작됐다.
연구 초기 자연에서 흔히 구할 수 있으며, 제조과정이 단순한 재료를 탐색했고, 연구팀이 기존에 연구하고 있던 포도당 물질을활용해 전자소자를 제작한다면 다양한 분야로의 접목이 용이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팀은 바로 포도당에 적합한 용매 탐색을 진행했고, 다양한 전자소자에 접목한 결과 메모리 소자에서의 정보 저장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동작 원리 규명과 특성 최적화에 몰두해 이번 연구 결과를 얻었다.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였다. 연구팀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즐겁게 연구에 임했다. 연구에 몰두한 결과, 생체 친화형 물질인 포도당을 이용한 메모리 소자 플랫폼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생체 친화성 검증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실제 생체 친화성을 검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생체 친화성 검증을 위해서는 메모리 소자를 지지하는 기판부터 전류 전달을 하는 전극, 저항 역할을 하는 활성층 등 모든 구성요소가 무해성이 검증된 재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의 경우 기판과 전극 재료뿐 아니라 공정조건에 따라 동작 특성이 크게 변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기판과 저항층과의 표면 거칠기를 개선시킬 수 있는 생체 친화형 금속 산화물인 게르마늄 산화물을 도입해 공정을 최적화했다. 또 생체 이식형 전자기기의 경우 살아있는 생체의 내부 또는 생체 표면에서의 전자소자의 동작 평가를 검증하기위해 생체 내부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소고기를 활용했다. 실험 결과, 실제 소고기 표면에서 생체 내부와 유사한 습도 분위기를만든 상태에서 동작 특성 확인과 동시에 일정 시간 후 자연스럽게 소고기 내부로 흡수되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가져올 기술을 선보인 것뿐 아니라 관련 연구 분야에 새로운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포도당의 재발견과 함께 생체 이식 전자기기의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된 포도당 물질의 정보저장이라는 기능적인 특징과 생체 친화적 특징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생체친화형 전자기기까지 연구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연구실에서 주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센서 및 박막트랜지스터 등을 활용해 회로 시스템을 구성한 후 의과대학 연구팀과의 임상연구를 통해 실제 의료기기로서의 활용가능성을 검토하고, 차세대 무독성의 생체 이식형 전자기기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대학에서부터 당장 필요한 기술이 아닌 먼 미래에 활용될 기술을 연구해왔던 그는, 현재도 차세대 소자 개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기업체에서는 당장에 필요한 것에 비용을 들이고, 연구를 하지만 학교에서는 새로운 분야, 먼 미래에 쓰일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김 교수는 현재 연구실 학생들에게도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창의성이 김 교수의 연구 철학과 가장 잘 맞는 단어다. 이 같은 연구 철학이 있었기에 이번 포도당 메모리 소자 개발과 같은 연구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실제 생체 친화형 전자기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재료공학, 생명공학, 화학공학, 의학 팀들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로 김 교수의 연구팀은 현재 연세대에서 지원하는 ‘생체친화형 MEMS 융복합 연구센터’를 올해 초에설립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팀들과 연구 교류 및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연구팀과 임상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있다.

추후 공동연구를 통해 먹어도 무해한 생체 친화형의 전자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김 교수의 목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 미래에 필요한 기술이라도 현재 원천기술이 개발되면 먹어도 무해한 전자기기, 바이오소재로 만든 웨어러블, 반도체 소자를 통한 헬스케어 기술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포도당 외에도 신체에 반응이 좋은 또 다른 물질을 찾을 계획이며, 메모리 성능도 향상시키고 완전분해가 가능한 새로운 제2의 포도당을 찾아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성과를 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취재기자 / 박아영(reporter4@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8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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